“야, 너 소문 낼 거야. ‘그 사람’ 만나고 와.”
지난여름 중학생 A양은 ‘덫’에 걸렸다. 여자 선배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에 채팅앱 성매매에 발을 디딘 것이 발단이었다. 망설이는 A양에게 선배는 “내가 같이 나가줄 테니 한 번만 해보자”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 하면 된다”며 끈질기게 꼬드겨 한 남성과 성매매를 시켰다. 선배는 얼마 뒤 돌변했다. “성매매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며 일종의 ‘상납금’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너 성매매한 거 다 알아. 20만원 보내라. 안 보내면 알지?”
‘상납금’을 요구하는 선배들은 하나둘 늘어나더니 6명에 이르렀다. 견디기 힘든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주변에 “도와 달라”는 말 한마디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학교에 소문이 돌았다. A양이 상납금을 주지 않자 누군가 성매매 사실을 퍼뜨린 것이다. A양은 이후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게 됐지만 지금까지도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7일 성폭력 피해상담소들에 따르면 최근 등장한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 성매매 강요 사건은 대부분 A양 사건과 비슷한 구조다. 어떤 식으로든 일단 한 번 성매매에 끌어들인 뒤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도 여중생을 데려다 집단 폭행하고 알몸 사진을 찍고 성매매를 강요한 청소년 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친구와의 관계가 절대적인 청소년들 입장에서 이런 협박에서 빠져나오기 쉬울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여성가족부의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 강요 사범 중 68%가 10대 청소년이었고, 청소년들은 성인(1명·39.4%)과 달리 3명 이상(44%)이 함께 범죄에 가담한 경우가 많았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가 ‘학교 선후배’인 경우가 전체의 11.5%로 같은 관계의 강간(2.1%), 강제추행(0.6%) 등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또래 포주? 그래 너 나빠’ 하는 식으로 아이들 탓만 할 게 아니라 왜 이 아이들이 이런 ‘악순환’에 빠지는지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날짜: 18. 12. 17
출처: 세계일보
http://www.segye.com/newsView/20181217002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