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란
  • 뉴스클리핑
  • 성매매란
  • 뉴스클리핑
  • 자발적 성매매’ 범죄자?…“그 아이들은 성착취의 피해자”
    등록일2019.01.29
    조회수161
  • 2014년 아영(가명)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게 된 3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때다. 남성은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며 아영을 차에 태워 몇 시간을 달렸다. “오래 운전해 피곤하니 잠만 자고 가겠다”며 모텔로 유인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다시 남성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남성은 아영의 손에 2만원을 쥐여줬다.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나 “내가 주는 돈이 더럽냐”며 화를 내는 남성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채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열네 살 중1 소녀
    검찰 “2만원 받았으니 성매매” 
    뒤늦은 고소 불구 불기소 처분

    아영을 품어줄 가족은 없었다. 부모는 오래전 이혼했다. 같이 사는 어머니는 생업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다. 남성은 아영의 취약함을 파고들었다. “10만원 줄 테니까 다시 한번 만날래?” 그렇게 2번, 3번, 4번의 성관계가 이어졌다. 아영은 열다섯 살에 임신을 했다. 아영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결심하자 이 남성은 아영의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삼촌이라고 속인 뒤 “성매매를 해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했다. 학교에 소문이 퍼지면서 아영은 자퇴했다. 이 남성은 강제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게 했다. “용돈을 벌어오라” “성매매를 할 다른 친구를 구해오라”며 때렸다. 아영은 이 남성이 다른 아동 성범죄 사건으로 법정 구속이 되고 나서야 착취에서 벗어났다. 

    아영은 성폭력 피해자일까, 성매매 공범일까.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선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이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아영은 남성이 구속되고도 이 남성을 ‘연인’이라고 생각해 옥바라지를 했다. 사건 이후 1년이 지나 친구 손에 이끌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온 뒤에야 피해 사실을 자각했다. 뒤늦게 남성을 성폭력, 협박, 폭행 등으로 고소했지만 남성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2만원을 받았으니 성매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법 ‘피해’ 아니면 ‘대상’ 
    보호 아닌 처벌 위한 법률로


    현행 아청법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가담됐다고 판단되면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관찰부터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까지 아이들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한다. ‘대상 청소년’에겐 절도·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나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같은 유형의 보호처분이 이루어진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여성단체들은 “현행 아청법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처벌하는 법률”이라고 비판한다.

    열여섯 살 효원(가명)은 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남성은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빌미로 3개월 넘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하루는 성매수자와 알선자 사이의 다툼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효원은 ‘너는 미성년자여서 괜찮으니 조사를 받게 되면 네가 원해서 한 것이었다’고 진술하라는 남성 말을 믿고 그대로 진술했다. 효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대상 청소년으로 사회봉사명령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성매매 유입 청소년 대다수는 
    가정·학교 보호 못 받고 거리로
    “성매매와 성폭력 구분 없애고 
    아이들 모두 피해자로 여겨야”

    성매매는 폭력이나 착취로 이어질 때가 많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대부분의 ‘조건만남’ 매수자에게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접근하다가, 나체 사진이나 영상 또는 성매매 사실 같은 ‘약점’을 잡으면 태도가 돌변한다. 강압적 성관계, 촬영, 성매매 알선을 강요한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유입 경험이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 103명 중 80%가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일을 겪었다. ‘콘돔을 미사용’(61.2%)이 가장 많았고, ‘약속한 만큼의 돈을 주지 않았다’(53.4%)가 그 뒤를 이었다. 성매수자에게 욕설이나 폭행을 당하고(36.9%),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당하고(19.4%), 동영상 촬영(15.5%)이나 강간(14.6%)을 당하기도 했다. 

    성병 감염, 감금, 폭행, 살해 등 위협도 혼자 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2015년 서울 관악구에서는 가출청소년 ㄱ양(14)이 성매매 도중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성매수자이자 살인범이던 김모씨에게 징역 40년을, 성매매를 알선한 3명에게 징역 4~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조 대표는 “ㄱ양이 살아 있었다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며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됐을 것”이라며 “성매매 유입 아이들은 죽어야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와 성폭력을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고 전자를 사실상 처벌하는 법 조항은 성착취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6.6%)이 보호처분을 처벌로 인식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수자와 알선자를 신고할 피해자들은 많지 않다.

    조 대표는 “편의점에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업주가 처벌받는다. 아이들의 판단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본다. 성인인 업주가 나이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성매매만큼은 10대 여자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성인 남성과 똑같이 책임을 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처음 경험하는 평균 연령은 만 14.7세이며, 초등학생인 13세 이하도 8.7%에 달했다. 

    아이들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 ‘선택’ 이전의 과정은 가려진다. 성매매 유입 청소년의 84.5%는 가족 간의 불화, 학대, 경제적 빈곤에 따른 탈가정을 경험했다.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로는 ‘잘 곳이 없어서’(35.0%)가 가장 많았다. 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노동도 제한적이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수백명의 성매수자들이 돈을 미끼로 접근해오는 채팅앱은 ‘최후의 생계 수단’이 된다. 그런데도 질문은 피해 아이들에게만 쏟아진다. “그런 위험을 모르고 성매매 제안에 응했냐”는 것이다. 정작 성매수자들은 “왜 성매수를 제안했나” “아이들의 궁핍한 사정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가” 같은 질문을 비켜나간다. 

    조 대표는 “미성년자의 경우 성매매와 성폭력의 구분을 없애고 아이들을 모두 피해자로 여기도록 하는 아청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매매를 하려는 여성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를 따질 의무가 성매수 남성에게 돌아간다. 성매수 남성이 피해 아동·청소년의 신상을 약점 삼아 협박하는 현실에서 아이들도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도록 개정하자는 것이다. 

     

    법제도 변화는 사회적 통념의 변화로 이어지는 첫 단계다. 조 대표는 미성년자의 성을 사거나 이를 유도하는 행위를 ‘범죄’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성착취 아이들이 ‘자신이 잘못을 했고 처벌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들은 아이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신은 불쌍한 아이를 도와줬을 뿐’이고 ‘나 아니었어도 어차피 몸을 팔 애들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제는 사회가 아이들이 아닌 성인들의 잘못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 


    기사날짜: 19. 01. 27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271319001&code=940100

  • 첨부파일
목록